『폐고혈압 안내서(Guidebook for pulmonary hypertension)』 초판을 발행한 지 벌써 17년이 흘렀습니다.

2006년 처음 초판을 발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폐고혈압과 관련해서 의료진조차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능한 치료방법도 한두 가지 약물에 국한되었습니다. 당시 『폐고혈압 안내서』 영문판을 발행한 미국 폐고혈압협회에게 한국어판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해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 안내서를 처음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개정판을 발행하였을 때 여건은 좀 더 나아져 있었지만, 여전히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제한적이라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2018년 개정3판 발행을 통해 우리나라도 의학적으로 선택 가능한 치료방법을 제한적이나마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을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코로나 대유행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2023년 개정 4판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희귀난치질환을 극복하는 데 있어-단순히 의학기술의 발전을 넘어- 환자와 가족들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폐고혈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조기에 병원을 찾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도움을 받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질환을 현명하게 관리한다면 폐고혈압도 더 이상 두려워만 할 질병이 아닙니다. 

본 안내서는 기본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경험 및 관점에서 쓴 내용을 국내외 의료진이 재구성해 펴낸 것으로, 희귀난치질환인 폐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의 정서적, 사회적인 측면을 관리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는 폐고혈압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포괄적인 안내서입니다. 

이 책이 실제 폐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이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폐고혈압의 투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자들의 등을 두드려, 정확하게 자신의 병과 마주 대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드렸으면 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네이버에 개설한 폐동맥고혈압 카페에서 시작한 활동이 2012년 사단법인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 창립으로 이어져 『폐고혈압 안내서』 발간 이외에도 폐고혈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폐고혈압의 날’ 행사, 응급상황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한 구조구급요원 대상교육, 환자자가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국내외 연구개발지원 등 희귀 난치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폐고혈압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치료법도 많아졌으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한 전문적 시스템도 구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을 위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진과 제약사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여러 유관학회의 지원으로 국내 폐고혈압 진료지침(Korean guideline for diagnosis and treatment of pulmonary hypertension)도 제정되어 우리나라의 폐고혈압 진단과 치료 기준을 제시하고 국내의 보험급여 개정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폐고혈압을 극복하기 위한 의학기술과 사회적 여건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계속 진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폐고혈압과 같은 희귀난치질환에 있어서는 환자와 보호자도 병의 치료를 의료진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질환에 대해 숙지하고 일련의 치료 과정에 참여하여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함께하는 든든한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3년 4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충남대학교병원  박 재 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장 혁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