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안내서(PULMONARY HYPERTENSION: A Patient's Survival Guide)』 한글판을 발행한 지 벌써 12년이 흘렀습니다.

 2006년 폐고혈압 안내서 영문판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폐고혈압 협회에 역자가 한국어판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해 처음 초판을 발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폐고혈압과 관련해서 상당수 의료기관에서 의료진 조차 낯설어 하는 경우가 많았고 치료방법도 한 두 가지 약물에 국한되었습니다. 2012년 개정판을 발행하였을 때 여건은 좀 더 나아져 있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제한적이라 많은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이제 2018년의 우리나라는 적어도 선택 가능한 치료방법의 종류에 있어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치료방법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폐고혈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조기에 병원을 찾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도움을 받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일상 속에서 질환을 현명하게 관리한다면 폐고혈압도 더 이상 두려워만 할 질병이 아닙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진단받은, 병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없을까?'를 고민하고 여러 차례 의논해 발간된 초판이 미력이나마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초판과 개정판을 준비한 폐고혈압 환자 진료에 종사하시는 여러 전문가분들이 다시 뜻을 모아 『폐고혈압 안내서(PULMONARY HYPERTENSION: A Patient's Survival Guide) 5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글 개정 3판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극복하는데 있어 환자와 가족들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의료진이 일상 진료 시간 중에 상당한 시간을 환자 교육에 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처음부터 알려 주어야 하기도 하고, 불충분한 지식을 보충해 주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 범람하는 잘못된 정보에서 환자들의 오해를 고쳐 주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병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된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 책의 영문판 원저자인 게일 보이어 하예스는 미국 폐고혈압협회의 회원으로 자신이 특발성 폐고혈압 환자이기도 합니다. 초판이 발행된 후 많은 자원봉사자, 환자 및 환자의 가족들과 전문의료진이 새롭게 변화되는 지식을 담아 개정판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안내서는 기본적으로 전문 의료진을 대상으로 쓰여진 의학적인 정보서는 아닙니다. 한 특발성 폐고혈압 환자가 환자로서 스스로 겪은 체험과 같은 병이 있는 동료 환자로부터 얻은 정보 등을 환자의 관점에서 쓴 내용을 의료진이 재구성하고 감수해 펴낸 것으로, 의학적인 정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주의할 점 등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본문이 쉬운 문어체로 쓰여 있고,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 우리나라 환자와 가족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경험에 전문의 못지 않은 풍부한 지식이 더해져, 환자로서 병에 대항하려는 하는 저자 자신의 용기 같은 것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이러한 난치병에 대해 자칫하면 불안에 떨며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는 환자들의 등을 두드려, 정확하게 병과 마주 대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드렸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네이버에 개설한 폐동맥고혈압 카페에서 시작해 2012년 사단법인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이 창립되어 폐고혈압 안내서 발간 이외에도 폐고혈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폐고혈압의 날'행사, 응급상황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한 구조구급요원 대상교육, 국내외 연구개발 지원 등 희귀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학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폐고혈압 분야에서 이루어진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치료법도 많아졌습니다. 2013년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병원들에 폐고혈압센터와 클리닉이 설치되어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한 전문적 진료시스템도 구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희귀난치성질환에 있어서는 환자들도 자기 자신의 병의 치료를 의료진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자신의 질환에 대해 숙지하고 일련의 치료 과정에 있어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영문판을 번역한 서적이나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은 수정하였으며, 국내에 보험 및 지원제도에 대한 안내는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여 새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모든 번역이 그렇지만 특히 이 책은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하기에 쉬운 우리말을 쓰도록 애썼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부족함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모자라는 시간을 할애해 집필 과정에 참여해 주시고 교정을 보아 주신 동료 의료진과 감수에 참여해 주신 국내에 대표적인 폐고혈압 전문가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월

『폐고혈압 안내서(PULMONARY HYPERTENSION: A Patient's Survival Guide)』

한국어 개정3판 발행에 붙여

장 혁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