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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럽게도 학교를 졸업하니 오히려 글 쓸 일이 많아졌다. 일상 업무를 다루는 직장인으로서 혹은 사회의 리더로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보내 설득 해야 할 책임이 늘었고, 연구비를 구하거나 업적을 남기기 위해 보고서나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의무적으로 글 쓸 일이 많아진 것이다.
동료가 보내온 업무용 글을 읽거나 학회지 투고 논문을 심사해 보면 아쉬움이 크다. 주요 단어를 건져내 보면 대강의 뜻은 이해가 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애매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연히 내가 보냈던 글이 눈에 띄었다. 업무 요청으로 보낸 글을 상대방이 거부하였던 경우였는데, 관련 일에 대해 뭘 모르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더구나 기발한 착상과 철저한 수행을 거쳐 뼈가 녹아내리는 인내를 감수하여 작성한 제법 괜찮다고 생각한 논문이 평범한 학술지로부터 또 퇴짜를 맞았다. 심사자가 무지하여 뭘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막상 뭘 모르고 있는 것은 나였다.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한마디로‘도와주세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했으면 좋았을 걸 우왕좌왕 구차한 설명이 도통 무슨 소리인지 내가 읽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글을 읽었을 상대방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제 글쓰기가 두렵다.
난처하여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접하면서도 글쓰기가 늘‘처음 대하듯'두렵고 그 능력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를 알겠다. ‘처음 대하기'때문이었다.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며 누가 바르게 가르쳐 준적도 없었다. 나이가 들면 성숙되고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저절로 익혀지는 능력인 줄 알았다. 그런 와중에 공문서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몇 월 며칠까지 상대를 설득해야 하고, 논문을 작성하되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할 일이 잦아 졌다. 올바른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어 늘 처음 대하듯 황망하였다.
글쓰기를 몰라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를 극복할 조그마한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식과 업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인을 위한‘전략적 글쓰기'이다. 의료인의 글쓰기는 의학 논문 작성과 업무용 글쓰기로 구성된 실용적 글쓰기 영역이다. 실용적 글쓰기란 문학적 글쓰기처럼 천부적인 재능이나 탁월한 감각과는 거리가 있고 실생활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루기 위한 글쓰기이며 작성 방식을 갖추고 있다.
글을 다루기가 불안한 초보 의료인에게 실용적 글쓰기에 대한 안목을 넓혀 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의료인으로서 의학 논문이든 업무용 글이든 두려움 없이 쓸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도록 즉 처음 대하듯 당황스럽게 시작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 다음 세대가 또 다시 무지막지한 시행착오의 글쓰기 늪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 참고한 문헌들은 격변하는 새로운 과학 시대와 맞닥뜨린 현대인의 소통 능력과 생각의 한계를 끊임없는 노력과 탁월한 성찰로 극복한 고수(高手)들의 지도 편달이다.
고수들이 실용적으로 글을 쓰는 방식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집을 짓듯이 설계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많이 한 후 글을 시작하며, 글 고치기에도 제법 시간을 소모한다는 것과 강박적이고 치밀하게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의학 연구자의 논문과 직장인의 업무용 글은 쓰는 형식이 대단히 유사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업무용 글쓰기가 점점 과학적 글쓰기인 논문 작성법을 닮아가고 있는데, 빠른 시간 내에 빈틈없이 상대방을 설득하여 즉각 결정을 내리도록 재촉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논문 작성 또한 선정적이지 않은 범위에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표현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실용적 글쓰기는 공통의 작성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I부, II부의 논문 작성법은 초보 저자들이 체계적으로 논문 작성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의학 연구자는 이 특별한 과학의 시대에 왜 과거보다 더 논문 작성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지 이야기하였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너무나도 바뀌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논문을 명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노동이 끝나고 창의성을 주 업무로 살아갈 미래에는 지적 선취권의 획득이 물질보다 더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III부의 업무용 글쓰기는 어떻게 전략적으로 글을 설계하여 상대방을 설득할 것인지 단계적으로 훈련하는 방식을 소개하였다. 여기에 보태 한 장 기획서의 작성이나 문서 작성 비법을 알아 두면 상급자에게 신뢰받고 일처리가 재미있어 질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숨 가쁘게 발전하는 새로운 과학의 시대에 초보 저자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빠르게 전략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
치밀하고 강박적인 그러나 늘 즐겁고 유쾌한 학문적 경쟁자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대한소아과학회 간행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논문을 심사하면서 함께 보낸 많은 시간과 더불어 나눈 수많은 토론의 결과물을 초보 저자를 위한 글쓰기 비법으로 삽입하였다. 바쁜 중에도 후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 하나 하나를 읽어 주고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차의과학대학 한만용 교수와 동국의대 김애숙 교수에게 감사를 전한다.
2010년 2월
황진복·배종우
<도서목차>
■ 들어가는 말 / VII
의료인을 위한 실용적 글쓰기 1
1. 의료인의 글쓰기 / 3
2. 실용적 글쓰기란? / 5
3. 초보 저자와 고수의 글쓰기 차이 / 8
4.
실용적 글쓰기 작성 매뉴얼 / 11
Chapter I 의학 논문 왜 써야 하는가? 13
1. 의학 논문 왜 써야 하는가? / 18
2. 의학 논문 연구 출판 윤리 / 29
Chapter II 의학 논문 작성법 39
1. 의학 논문 작성의 필수 요건 / 41
2. 의학 논문의 구성 / 51
3. 논문을 쓸 때 가장 먼저 작성해야 하는
것은? / 53
4. 의학 논문의 단원별 작성 순서 / 56
5. 논문 각 단원의 특성 / 61
6. 투고 전 할 일 /
76
7. 저자되기 / 77
8. 투고 학술지 선택하기 / 80
9. 의학 논문 작성 유의 사항의 예 / 81
Chapter III 업무용 글쓰기 85
1. 업무용 글쓰기의 단계 / 88
2. 한 장 기획서 작성법 / 102
3. 문서 작성 지침 / 105
4. 우리글
잘 쓰기 / 108
■ 맺는 말 / 113
■ 참고 문헌 / 115
<저자소개>
황진복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 부교수, 소아소화기영양학
대한소아과학회
간행위원(Korean Journal of Pediatrics 편집위원)
(전)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간행이사
700-712,
대구시 중구 동산동 194번지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배종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청소년과학교실 교수, 신생아학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출판윤리위원회 간사
대한의학회 간행위원(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위원)
대한의사협회
간행위원(대한의사협회지 편집위원)
(전) 대한소아과학회 간행이사
134-727,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149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도서명 | 의료인을 위한 실용적 글쓰기 | 저자, 역자 | 황진복, 배종우 지음 |
---|---|---|---|
출판사 | 신흥메드싸이언스 | 크기 | 148 x 210 mm (A5) |
표지, 쪽수 | 페이퍼백 | 130쪽 | 제품구성 | 낱권 |
출간일 | 2010-03-01 | 내용 및 목차 | 상품 정보 및 본문 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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