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의과 대학 시절 그 많은 화학식을 암기해야 했던 유기화학이나 생화학 시간에 옆에 앉아있던 친구의 외마디 소리. “이게 환자 보는 의사되는 데 왜 필요한데, 날 너무 괴롭혀!” 그렇다. 수많은 화학식과 대사 과정을 외워야 하는 생화학 수업은 질색이었다. 어서 이 과목이 끝나고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한 임상 과목을 배우게 되는 그 날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소위 기능의학이라는 매력적인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제일 먼저 난관에 부딪혔고 그래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생화학 분야이다. 이런 고충은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의과 대학생들과 젊은 의학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된 요약집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짜잔! 그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Crash Course 시리즈다. 이미 의과대학을 졸업한지 어언 30년이 지난 중년의 의사지만, 이 책은 과거의 공포와 지루함을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의사라는 직함을 가진 그 누구라도 반드시 한번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Crash Course 시리즈는 기초 의학에서부터 임상의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잘 정리되어진 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Metabolism and Nutrition 부분은 1998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 2015년 4판까지 개정판이 나오면서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기초 연구에 집중된 어려운 생화학 분야를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화학으로 이해하기 쉽게 그림과 도표로 잘 정리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균형 잡힌 영양학적 접근방법은 기능의학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생화학적 이론을 임상적인 관점에서 쉽게 설명하여 바로 영양치료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진료실 책상 위에 놓고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훌륭한 참고도서라고 생각된다. 분명 우리나라 의학도와 의사들에게도 요긴한 참고서가 될 거라 생각되어, 대한정주의학회에서 번역하기로 결정하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는 비타민, 미네랄이나 항산화제 등을 정맥으로 주사하는 요법을 연구하고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많은 의사들에서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대한정주의학회의 궁극의 목적은 이 땅의 의사들이 환자에게 진정한 의료를 행할 수 있는 기초 및 응용 의학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에 이 책이 그 기초적인 이론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의 주된 독자들이 의과대학생과 의사들이 될 것으로 예상하여 한글로 번역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용어들이나, 저자의 원 뜻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은 되도록 원문 그대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권하고 이 책의 번역 전체를 총괄했던 우리 학회 총무 이사인 김동환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각자 맡은 부분을 그 어떤 대가도 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번역해 주신 우리 대한정주의학회 이사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기능의학을 공부하는 데 조금은 더 쉽게 기능의학을 이해하고 의료 현장에 접목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 드린다. 아울러 우리 대한정주의학회가 이 땅의 의료에 밝은 미래의학을 제공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초대 회장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며, 힘든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땅의 여러 의사 분들에게 환한 에너지를 보낸다.

대한정주의학회 회장 최 세 환